들어가며

 

지금으로부터 5개월 전만 해도, 엄두도 내지 못하고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개발자로서 취업을 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시간은 시속 [현재 나이]km로 간다지만 지나는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이제는 회사로 출근하는 일상에 어느 정도 적응하기도 했고, 고맙게도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준 항해99에 대해 최종적으로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 목차 -
1. 항해99 지원 과정
2. 사전 준비: 첫 발을 떼기 위한 워밍업
3. 실전 프로젝트: 항해99의 꽃이자 최종 보스
4. 취업: 새로운 시작

 

항해99 지원 과정

 

처음부터 취업을 목적으로 항해99에 참여했던 건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코딩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맨 처음 시작점은 스파르타코딩클럽의 5월 가정의 달 이벤트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인스타그램 광고를 나도 모르게 클릭한 후 스파르타코딩클럽에서 제공하는 추억소환코딩패키지 강의를 수강하게 되었고, 인생 처음으로 HTML과 CSS를 이용해 웹페이지를 제작하고 배포해보는 경험을 했다. '요즘은 애들도 학교에서 코딩을 배운다는데 나는 코딩의 ㅋ도 모르는 게 말이 되나'로 시작했는데, 코딩이라는 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이 다음 과정을 배우고 싶으면 무슨 강의를 들어야 하는지 찾아보다가 30만원짜리 웹개발종합반 과정을 찾았다. 그리고 항해99라는 부트캠프에 참여하면 부트캠프 시작 전 2주의 사전 준비 기간에 그 웹개발종합반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었다. 비록 400만원이라는 참가비가 발생한다는 함정이 있었지만 99일간의 커리큘럼을 살펴보고 나니 구미가 당겼고, 본격적으로 공부해볼까 싶었다. 마침 2기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어서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되는 설명회를 시청하고 나서 지원서를 넣었다.

지원서를 제출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스파르타코딩클럽에서 전화가 왔다. 면접 일정을 잡는 전화였는데, 어쩌다 보니 서로 나누는 이야기가 길어졌다. 지원서에도 써내긴 했지만 지원동기를 다시 물어보기에 '재미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 아직 개발자로서의 취업을 고려하는 건 아니지만 항해99가 내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30분이 넘는 통화에서 나는 내 적성에 개발이 맞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고, 굳이 화상 면접을 보지 않아도 되겠다고, 나는 항해99에서 찾는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도 들었다. 사전 준비 과정에서 웹개발종합반 과정을 듣고 항해99의 본격적인 커리큘럼이 시작하기 전에 중도포기한다고 하더라도 웹개발종합반 수강료만 제외한 나머지는 환불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덕분에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화상 면접은 패스했고 바로 사전 준비 과정에 돌입했다.

 

사전 준비: 첫 발을 떼기 위한 워밍업

 

그때만 해도 다들 나처럼 면접을 패스하고 들어왔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전 준비 스터디에 참여했는데, 모두들 줌 사용에 익숙한 게 이상했다. 알고 보니 면접을 줌을 통해서 봤다고...? 나만 줌 사용이 처음이었던 거였다. 다들 공유하는 면접 경험이 나만 없었던 점에서 오히려 나는 약간 위축되었던 것도 같다.

아무튼 2주간의 사전 준비 과정에서는 내가 원래 듣고자 했던 웹개발종합반 강의를 들어야 했다. 강의를 들으면서 스터디원들과 미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적는 Daily Report 웹페이지를 만드는 거였는데,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나눴다. 그때의 나는 프론트엔드가 뭔지, 백엔드가 뭔지도 전혀 몰랐다. 몰라서 물어봤지만 설명을 들어도 몰랐다ㅋㅋㅋ 당시 나는 조장을 맡은 분과 함께 백엔드를 담당했고, 눈치껏 따라가고자 갖은 애를 썼다. 그때부터 무한 구글링의 역사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내가 짜 놓은 망한 코드를 조장 분이 리팩토링하는 식으로, 엉성하게나마 뭐가 되어가긴 했다.

 

실전 프로젝트: 항해99의 꽃이자 최종 보스

 

2주간의 사전 준비 과정을 마친 후에는, 미니 프로젝트(1주), 알고리즘 강의 수강(2주), React, Spring, Node.js 중 선택한 주특기 강의 수강 및 개인 프로젝트 2번(2주), 프론트&백 협업 프로젝트 2번(2주)을 거쳤고, 그 다음이 6주간의 실전 프로젝트였다. 실전 프로젝트야말로 가장 큰 프로젝트였고 취업으로 향하는 핵심 관문이었으므로 실전 프로젝트 시작 1주일 전인 클론코딩 때부터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기억이 난다. 실전 프로젝트 팀을 짜는 것을 다들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전 프로젝트 주간이 시작되자마자 팀 빌딩 방식에서 발생한 잡음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모든 조 편성이 한 번 엎어지기까지 했다. 그러고 나서 확정된 우리 팀은 의견 조율도 잘 되고 분위기도 좋았다고 기억한다, 일단은...

우리 팀은 프론트엔드 3명에 백엔드 3명, 외부에서 들어오신 디자이너 두 분까지 해서 총 8명의 팀원으로 구성되었다. 기획 회의는 다같이 하고 기획안에 맞춰 디자이너분들이 피그마에 디자인을 그려주시면 그에 맞게 뷰를 짜고 기능을 붙이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전의 프로젝트들에서는 디자인을 해주시는 분이 안 계셨기에 프론트엔드에서 디자인까지 담당했는데, 디자이너분들이 디자인을 전적으로 맡아주시니 비록 그걸 그대로 구현해내는 게 까다로웠을지언정 창작을 해낼 필요는 없었으니 마음이 좀 더 편했다. 그리고 확실히 전문가의 결과물은 퀄리티가 달랐다...

실전 프로젝트 3주차가 끝날 즈음 프로젝트 중간 점검이 있었고, 발표회 형식으로 지금까지 작업한 것들을 모두의 앞에서 소개하고 튜터분들에게 리뷰를 받는 자리였다. 나와 다른 두 분이 담당한 프론트엔드 쪽은 프론트엔드 개발자라면 당연히 신경써야 하는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부분에서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간 굳건했던 멘탈도 이때 좀 타격을 입었지만 해야 할 일이 산더미여서 덕분에 금방 다시 작업에 착수했다.

중간 점검이 있은 지 5일 정도 지났을 때, 진짜 문제는 다른 데서 터졌다. 프론트엔드 팀원 두 분이 각자 다른 이유로 한날 한시에 동반하차를 한 것이다. 그 시기 자체가 프로젝트 초반도, 후반도 아닌 너무 애매한 어느 시점이었다. 이미 세 명이서 벌여놓은 작업량이 있는데 그걸 나 혼자 진행해야 하는 거였고, 한편으로는 아직 프로젝트는 끝날 단계도 아닌 데다 개발하지 않은 기능도, 마무리해야 하는 기능도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 항해99 매니저 분이 급히 불러서 1대1 면담도 했고, 긴급 팀 회의도 했고, 급박하게 돌아갔던 그날은 앞으로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프로젝트의 방향이 기능을 추가하는 것에서 현상 유지를 잘 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다른 조에서 다들 진행하는 프로덕트 마케팅에도 우리 팀은 비중을 많이 두지 않기로 했지만, 그때부터 나는 밤에는 거의 항상 깨어서 작업을 하고 아침이나 낮에 잠들곤 했다.

체력이 거의 바닥났을 무렵 실전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최종 발표회가 열렸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프로젝트가 끝났다는 사실에 후련하기도 했지만, 우리 팀 부스를 방문해주신 협력사 분들이 마감이 잘 되어 있다(이건 이후에 면접을 다닐 때도 많이 듣게 된 얘기다)며 혼자 해낸 것을 칭찬해주셔서 그간의 고생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취업: 새로운 시작

 

최종 발표회가 끝나자마자 항해99에서는 마지막 단계인 취업 준비를 시작하게 된다. 우선 항해99의 협력사들 리스트 중에서 지원할 곳을 최대 30개까지 골라서 지원하고, 그러고 나서는 로켓펀치와 원티드를 통해 최소 15개사에 지원하라고 했다. 나는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원했기 때문에 개발하게 될 서비스 내용을 보고 흥미가 가는 회사에 지원서를 넣었다. 협력사 30개, 그 외에는 40~50개 정도, 도합 70~80개 회사였다. 지원한 회사 수는 많았지만, 협력사에도 통일된 하나의 양식으로 지원서를 넣고, 로켓펀치와 원티드도 작성한 한 가지 양식으로 여러 회사에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어서 지원하는 것 자체가 아주 고되진 않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회사에서 서류 통과 연락을 받았고, 여러 번의 코딩테스트와 면접 일정을 안내 받았다. 그래서 그때 잠시, 섣불리 많은 회사에 지원서를 넣은 스스로를 탓했다.

코딩테스트는 알고리즘 기간에 백준이나 프로그래머스에서 풀었던, 말 그대로 알고리즘 문제로 치르진 않았다. 내가 받은 코딩테스트의 과제는 주로 회사에서 이미 서비스하고 있는 페이지를 클론코딩해서 제출하거나, 회사에서 요구하는 몇몇 사항을 반드시 충족하는 페이지를 만들어서 제출하는 식이었다. 며칠의 시간을 요하는 작업들이어서 안 그래도 바쁜 일정이 더욱 타이트해졌다.

면접에서는 주로 브라우저나 자바스크립트에 관한 지식을 묻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술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것들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면접에서 나에게 회사에 대해 궁금한 게 있다면 질문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마다 나는 꼭 물어봤던 게, '왜 내 지원서를 좋게 봤는지'였다. 그러면 또 그때마다 최종 발표회에서 들었던, 이 모든 걸 혼자 해냈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칭찬을 듣곤 했다. 그러고 보니 칭찬 받으려고 일부러 물어봤던 건가, 나...? 팀 프로젝트에서 혼자 남아 작업하게 된 그 에피소드가 결국 면접에서 주무기로 활용되었다.

취업을 결정한 회사는 내가 지원한 회사들 중 가장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아직 출근한 지 한 달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재미있게 일하는 중이다. 회사에서는 프로젝트 때와 달리 어쩌면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기획안과 일정에 맞춰 개발해야 하지만, 코딩이라는 즐거운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아주 만족스럽다. 간단한 코드를 짜려고 해도 많이 찾아보고 알아가면서 시도해야 하지만, 계속해서 공부하며 새로운 걸 배워 나가야 하는 것도 마음에 든다.

처음에는 개발 분야에서 취업을 시도할지조차 확신하지 못했는데, 항해99가 끝나고 나니 어느새 개발자가 되어 있다. 항해99에서 지향하는 "좋은 개발자"가 과연 나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방향 설정을 해야 하는지는 조금 알 것도 같다.

 


 

수강료 30만원 할인 혜택 + 사전 강의 4종 사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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