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려고 노력한 적은 없었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회사였다. 직장 생활 경험이 없는 것도, 짧은 것도 아니었는데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하듯 회사를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일을 하는 하루하루가 행복했고, 주말은 평일을 기다리는 시간에 불과했다.
그런 회사가 없어졌다. 이제 좀 업무에 익숙해지고, 생활 패턴도 그에 맞게 바꿔 나가고 있던 와중에 하루 아침에 마음이 공허해졌다. 내가 곧 백수가 될 예정이므로 구직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건 번거롭긴 해도 그냥 하면 되는 일이었다. 심지어 나 혼자만 해야 하는 일도 아니었다. 그저 유일한 문제는, 이 회사가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책상을 정리하기 위해 간만에 출근한 사무실에서 누군가 그랬다. 세상에 완벽한 회사란 있을 수 없으니 이 회사도 없어지는 거라고. 그 말에 공감했다. 이런 얘기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와도 비현실적이라고 손가락질 당할 소재였다. 하지만 현실은 위대했다.
고용 계약 종료를 한 달 앞둔 시점부터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사람들과 아무리 회사에 대해 섭섭한 점, 아쉬운 점을 끝없이 늘어 놓으며 마음을 털어 버리려고 애써도 혼자가 되면 어김없이 밑바닥까지 가라앉았다. 닥쳐올 현실에 채찍질 당하면서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봐도 그때뿐이었고 자꾸 힘이 들었다. 어떤 새로운 회사에 가도 회복할 수 없을까 봐 걱정도 됐다.
한편으로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비슷한 분위기, 비슷한 문화를 가진 회사에 가고 싶어서 수많은 구인 공고를 보며 일말의 유사성을 찾겠다고 기를 썼다. 사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유의미한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들어가서 근무해 보는 당사자가 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니까.
아등바등 바쁘게 한 달을 보낸 덕에 운 좋게도 업무일 기준 계약 종료 다음날 바로 새 회사에 출근하게 되었다. 내 나름대로 고르고 골라서 지원한 회사였고 면접에서도 느낌과 인상이 좋았지만, 혹시나 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이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출근 첫날 바로 알았다. 설마 나를 여기 오게 하려고 코드브릭이 없어진 걸까.
입사 9일차, 하지만 공교로운 공휴일 탓에 뭐했다고 벌써 3주차, 현재 온보딩 중인 뉴비다. 회사 자체나 구성원들, 시스템, 문화, 코드에 이르기까지 배울 것들이 넘쳐나서 정신없이 지내고 있다. 블로그에 코드브릭이 없어졌다고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게 될 날이 이렇게 금방 올 줄은 몰랐다. 회사는 회사로 잊어야 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