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들기 전에 누워서 생각한 바로는 오늘 조금이라도 일찍 일어나서 자료라도 조금 더 찾아 읽어보고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하자는 거였는데. 99일간 두문불출하며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다가 어제 그거 조금 밖에서 걸어다녔다고 종아리가 땡기고 난리가 났다. 그래서인지 딱 밥 먹고 준비해서 나갈 시간 정도만 있을 때 눈을 겨우 뜰 수 있었다. 어제 아주 늦게 잔 것도 아닌데 이렇게나 많이 자다니ㅠㅠ 백신은 주변 사람들이 맞는데 아프기는 내가 대신 아픈 것 같은 기분이다.
첫 번째 면접을 본 회사에서는 어제처럼 프로덕트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다. 나 여기 취직 안 돼도 이거 나오면 써야지... 적용 중인 기술 스택 상, 개발에 참여하려면 어느 정도의 공부가 선행되어야 하는 환경이었지만, 그 자체가 나한테는 너무 좋아보였다. 어쨌든 조만간에 공부를 시작하려고 했던 것들이었고, 아니 그런데 마침 여기서 그걸 쓰신다고요!? 그리고 그건 당장 지금 개발 중인 서비스 하나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그냥 여기서라면 일과 공부에 파묻혀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면접 자체도 즐거웠다. 나는 아무래도 다른 것보다도 회사 분위기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 같다.
두 번째 면접을 본 회사는 운영 중인 서비스를 봤을 때는 앞의 회사보다는 조금 더 나아간 단계였다. 이미 출시된 어플의 서비스를 유지하고 이제는 웹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려는 상황이었다. 개발자는 굳이 서비스의 필요성에 공감까지 해줄 필요는 없다고 말씀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내가 애착을 느낄 수 있어야 스스로 좀 더 관심을 가질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나랑 회사의 서비스가 아주 잘 맞지는 않았다. 그리고 또 현재 돌아가는 서비스 자체는 어플이다 보니 네이티브를 선호하는 회사인 것 같아서 이력서를 넣을 때부터 고민을 좀 하긴 했었다. 아무튼 감사하게도 면접에까지 불러주셔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침 8시 30분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왔다. 이른 점심을 먹고 오후에 두 번의 면접을 봤다.
첫 번째 면접에서는 기술 질문이 많았다. 기술 질문 중 절반 정도는 node.js나 spring에서 다루는 백엔드 기술 스택에 관한 내용이었고, 나머지 절반이 자바스크립트에 대한 것들이었다. 면접 제안이 오기 시작할 때쯤부터 자바스크립트에 대해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걸 인지하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질문의 키워드들은 그때 다 한 번쯤은 구글링하고 정리해둔 기본적인 것들이었다. 그런데 왜였을까, 머릿속에 있는 내용들이 말로 풀어지지가 않았고 말을 하다가도 꼬여서 실수 연발이었다. 왜긴 왜야, 공부가 부족해서지.
내 스스로 깊이 실망한 채로 잠깐 숨 돌리고 참석한 두 번째 면접에서는 회사의 서비스, 사업 진행 방향, 기업 문화 같은 것들이 주요한 주제였다. 주로 내가 브리핑을 받았고,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과정들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항해에서 프로젝트 기획하던 것과 크게는 다르지 않은 방식이어서 오히려 편하고 익숙했다. 역시 이런 게 스타트업의 매력인 건가 보다.
부트캠프 항해99 진행 중에 작성했던 TIL(이라고 쓰고 일기라고 읽어야 하는...)들을 쭉 읽다 보니, 마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쓴 것마냥 신기하다. 이 때 내가 이렇게 느꼈었구나, 하는 걸 다시금 깨닫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뭘 했는지 구경하는 것처럼, 내가 쓴 내 일기인데 내가 엿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튼 신기한 경험이다.
그래서 말인데, 항해가 끝난 후에는 TIL을 나중에 찾아보기 쉽게 주제별로 정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예전에 쓴 TIL들을 보니 주제별로 정리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때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볼 수 있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 같다. 지금의 내가 주제별로 정리한 지식으로부터 나중에 얻게 되는 것도 있겠지만, 지금의 내가 잘 적어내려간 지금의 감정과 행동들로부터 미래의 내가 배우게 되는 것 또한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개발일기라고 따로 적기로 했다. 여기에는 공부했던 내용을 정리하는 것보다는 개발하면서 든 생각들, 내가 어떤 상황에서 뭘 어떻게 했는지, 그런 것들을 일기처럼 편하게 적으려고 한다. 나중에 열어보면 재밌겠지, 뭐. 열어는 보겠지...?
오늘은 면접을 봤다. 개발자로서의 나의 첫 면접이었고, 또 첫 화상 면접이기도 했다. 마침 코로나 시국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코딩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비대면으로 이렇게 많은 활동들을 할 수 있다는 걸 결코 알 수 없었을 것 같다. 심지어 면접까지! 나는 우물 안 개구리!
지금 시점에 후기를 어느 선까지 자세하게 남겨야 할지 모르겠어서 일단은 간단하게 적겠다. 1시간 30분에 달하는 면접에서 나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몰랐고(면접 왜 재밌지?), 작은 포인트 하나하나까지도 나를 배려해주시는 게 느껴져서 매 순간이 감동이었다. 마치 실전 프로젝트 직후 발표회에서 나 혼자 프론트였던 우리 팀의 프로덕트에 대해 칭찬 받았을 때와 같았다. 계속 많이 웃게 돼서 이번엔 눈물을 일부러 참을 필요는 없었지만 난 항상 참 운도 좋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아직도 자꾸 서류 합격 소식이 날아오고, 다음 일정을 조율하자고 하고, 아니면 뭐 일방적으로 안내 받고, 등등.ㅊ.. 저 이제 24시간이 모자랄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일정이 빡빡해지면 모든 스케줄에 대해 내가 충실하게 준비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걱정마저 들기 시작하면서 혹시 이보다 더 연락이 오게 되면 이제는 거절해야 하는 걸까 고민이 된다ㅠㅠ 마음이 너무 복잡하다. 이랬는데 면접 본 데 다 떨어지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내일 할 일
내일은 일단 과제를 좀 하고, 서울 가서 사용할 노트북에 프로그램도 설치해놓고, 만반의 준비를 해놓자.